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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2015. 3. 18. 22:01

젊은날의 초상



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말아라.

지금 그 한 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 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.

한 번 흘러가버린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 사람은 아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 없다.

더구나 너는 이제 더 이상 그 초침소리에 관대할 수 없으니.

허여된 최대치는 이미 낭비되고 말았으니.

 

너는 말이다.

한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.

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.

오늘도 너는 열 시간의 계획을 세워놓고 겨우 두 시간 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.

쓰잘 것 없는 호승심에 충동된 여덟 시간을 낭비하였다.

물론, 이 여덟 시간을 낭비하였다고 너의 인생이 당장 망쳐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.

하지만 말이다. 이러한 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에 무엇을 해낼 수 있겠는가.

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.

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.

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.

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 죽든 아무것도 모르고 날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해서 차라리 젊은 날에 독약을 마시든 하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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